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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굿 윌 헌팅> 영화 리뷰 겸 자아 성찰(스포 없음)

by BM(Business Model)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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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윌헌팅 리뷰

오랜만에 영화 <굿 윌 헌팅>을 봤다.

대충 다섯 번 정도는 본 것 같은데 오늘에야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한층 깊게 이해한 느낌이 들어서랄까? 아니면 지금 내 상황에 너무나 필요한 것들이어서였달까...?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이 영화를 고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고 싶었는데, 절묘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거의 알 거라고 생각한다. 한 천재가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사람을 만나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그러므로 줄거리 요약은 생략한다. 난 그런 거 하려고 이 글을 힘들여 쓰고 있는 게 아니다. 

 

굿윌헌팅 로빈 윌리엄스

 

이번에 볼 때는 오히려 주인공 윌(맷 데이먼)의 재능을 발견한 제럴드 램보(스텔란 스카스가드)와 숀(로빈 윌리엄스)의 캐릭터가 더 몰입됐던 것 같다. 윌이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급 재능을 썩히고 있음을 안타까워하여 푸쉬하는 성공한 수학 교수 램보, 윌이 상처로 인해 사회에 반항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그저그런 정신의학 교수 숀. 

 

영화는 숀 교수의 따뜻함이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윌을 사랑하는 마음은 둘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표현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어떤 부모들은 재능 있는 자식을 밀어주기 위해 열정을 다 해 푸쉬하고, 어떤 부모들은 일해라 절해라 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후자가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전자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 하는 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어반복이지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What you want?"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가" 이다. 

 

 


 

 

그래서 난 뭘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봤다.

난 성공을 원한다. 끝없는 부가 아니다. 권력도 아니다. 명예로운 성공과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부, 그게 내가 원하는 성공이다.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 억지로 내 몸과 정신을 바쳐서 하는 일로 버는 돈은 내게 별 의미가 없고, 그렇게 이룬 성공은 내 기준에 명예롭지 않다. 

 

그런데 그 성공을 향해 가는 길은 너무 힘들다. 다들 말한다.

 

그냥 얌전히 회사나 다니지.
넌 승질이 너무 드러워서 그래.
그냥 이런 거 해보는 게 어때?
니가 진짜로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모두가 내 편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생각보다 꽤 힘들다. 정말 단 한사람만이라도 나를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마저 응원하지 않으니... 사랑, 응원, 진실된 믿음. 그것들을 주는 사람을 원한다. 숀 교수처럼.

 

굿윌헌팅 숀 교수 역 로빈 윌리엄스

 

 

그것들을 성공보다 더 간절히 원한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도 생각해봤다.

난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다. 타고난 예민함과 의도치 않은 그간의 훈련(?) 때문에 심리 파악에 능하다. 넘겨 짚는다고 하면 할말 없지만,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해도 무슨 생각이고 어떤 기분인지 어느정도는 알 수 있고 정확도가 꽤 높다고 자부한다. 그게 만난 지 30분도 안 된 사람일지라도...

 

이런 성향 덕분에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도 능하다. 내가 마케팅을 잘 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이 어떻게 행동할지가 보이고,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하면 사람들을 후킹할 수 있는 지 잘 안다. 악의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천성이 솔직해서 그런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로 따지면 숀 교수만큼 정식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나를 상담했던 선생님도 나 같이 피드백이 빠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자랑은 아니지만 상담사의 심리도 간파해서 뚜껑 열리게 만든 적도 있다. 꽤 빠른 기간 안에 더 가르칠 게 없으니 하산하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상담사 수준이라는 과분한 칭찬도 들었다. 

 

굿윌헌팅 맷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여튼 난 숀처럼 심리를 파악하는 데 능한데, 문제는 뭐냐면 램보 교수처럼 사람을 다른 사람을 푸쉬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좋게 말하면 말을 잘하고 설득에 능하며, 추진력이 좋다. 나쁘게 말하면 쌈닭이고, 내가 옳다고 믿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 

 

 

이 두가지 능력이 만나면 나 같은 최악의 빌런이 탄생한다.

타인의 심리를 파악해서, 약점도 파악하고, 그걸 건드려서 푸쉬한다. 가스라이팅 뭐 그런건 안 하지만 결국 관계는 파탄 나고 난 혼자가 된다. 누가 빌런이랑 친구하고 싶겠는가. 심지어 이 쓰잘데기 없는 능력은 자기 자신한테까지 적용돼서, 나 자신의 심리를 너무 잘 알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대체 지금 너 마음 상태가 왜 이런거야?" 라는 식으로...

 

램보 교수의 현실 아들 빌 스카스가드(존윅4)

 


 

 

 

이런 푸쉬하는 재능(?)은 일할 때만 쓰면 된다.

그것도 굳이 남에게 쓸 필요도 없다.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할 때 나 자신을 채찍찔하는 용도로만 써도 충분하다. 타인을 당장 쪼아봤자 결과물이 급격히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아니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굳이?

 

업무 외의 영역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다. 타인의 사생활, 인생, 성격, 가치관 등에 대해 내 의견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부모도 마찬가지. 돕고 싶어서? 그건 좋은 포장지일 뿐이다. 로빈 윌리엄스의 첫 등장 씬에서 말하듯이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무엇도 할 수 없다. 위로도 마음을 연 사람에게 해야 먹히지. 길 가다 처음 본 사람이 위로하면 "도를 아십니까?" 밖에 더 되겠는가?

 

모든 가르침은 주입이 아니라 깨달음이 돼야 한다. 주입된 가르침 맹목적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와 같고 그것은 언젠가 탈이 난다. 책으로만 모든 것을 배운 윌이 진정한 사랑을 할 줄 모르듯이.....

 

맷 데이먼 리즈 시절

 


 

 

내가 뭔가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고, 또는 없는 것 같다고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맷 데이먼이 말하듯 윌에게 수학은 그냥 모차르트가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는 어떤 수학 문제도 어린 애 장난처럼 풀어내지만 악기는 연주하지 못하며, 요리도 못한다.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에는 너무 서투르다.

 

천재적 재능을 갖고도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면 언젠가 나를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먼저 관계를 끝내버린다. 연애를 오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또 사랑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그게 현실로 실현될 것처럼 상황이 흘러갈 때 화가 극대화 된다. 무서우니까. 

 

굿윌헌팅 맷 데이먼

 

그런데 이게 참 아이러니인 게,

그런 상황을 만든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버림 받을 것이라는 방어기제 때문에 먼저 내 상처를 까보인다. 상대가 내 약점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내 기분이 더럽거나 상황이 안 좋으면 트집을 잡아 내가 알려준 내 약점과 연결시키고 나를 공격한다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상대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상대는 이 때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인다.

  1. 같이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화를 내거나
  2. 당황해서 이성을 잃고 감정에 호소하거나
  3. 참다가 나를 떠나거나

그리고 '나'는 보통 분노에 휩싸이다가, 이내 자신이 모든 근원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세상에는 숀 교수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거의 목숨을 살려준 전우나 불알도 떼 줄 친구가 아니고선 좀처럼 믿는 일이 없다. Poor Will😢

 

윌의 여자 친구처럼 있는 그대로 윌을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는데... 모든 말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굿윌헌팅 - 진정한 사랑이란?

 

 


 

 

비단 사랑이나 거창한 인생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똑같다. 우리가 영업 사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떤 사람은 영업을 잘 하고 어떤 사람은 잘 못한다. MBTI로 따지면 E와 I인데 그건 너무 이분법적 사고인 것 같고, 내 생각엔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거절을 거절로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특정한 방향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물론 실제로 상대가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혼자 직감이든 감각이든 판단하고 경계, 비난, 공격 또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 이상한 사람되기 딱 좋다. 그걸 표출하면 사람들은 다 상대가 아닌 나를 욕할 것이다. 설령 상대가 진짜 속으로 나를 부정적으로 봤다고 하더라도.... 

 

거절은 보통 그냥 거절일 뿐이다. 영업 잘하는 사람들이 외향적이고 여러 사람과 두루 잘 지내는 이유는 그 사람이 둔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게 아니라 타인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덧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굿윌헌팅 명대사


 

 

이 글은 내 반성문이다. 

 

오늘부터 타인의 인생에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런 마인드로 살아보려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누구나) 그럴 수도 있어~

 

 

 

 

Thanks Williams🤞

로빈 윌리엄스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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